눈은 왜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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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을 쳐다보면, 눈은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뒤룩뒤룩 움직입니다. 우리는 한 눈에 상당히 넓은 시야를 다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왜 계속 시선을 움직여야만 할가요?
사람은 눈동자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눈 안쪽의 망막에 있는 시각세포가 감지함으로써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망막에는 시각 세포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고, 중심부에 몰려 있습니다. 이 부분을 포비아(fovea)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매우 정밀하게 볼 수 있지만 그 범위가 상당히 좁습니다. 약 1m 앞에 있는 동전크기 정도의 영역만이 인간이 정밀하게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렇게 정밀하게 볼 수 있는 시야부분은 중심시(foveated view)라고 하고, 그 바깥 시야를 주변시(para-fovea view)라고 합니다. 그보다 더 바깥쪽 시야를 외곽시(periphery view)라고 하지요. 바깥쪽으로 갈수록 시각의 정밀도는 떨어져서 매우 흐릿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중심시야와 주변시, 외곽시는 선으로 그어지듯 명확하게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고, 부드럽게 변화하며 이어집니다. 하지만 대략 중심시의 범위는 1~2도 정도, 주변시는 2~5도 정도이고, 외곽시는 200도까지 넓지요. (모든 방향을 다 볼 수 있다면 시야 범위는 360도입니다.)
정밀하게 볼 수 있는 중심시야가 이렇게나 좁은데, 주변이 흐릿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시야를 자동으로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면, 그 위치가 중심시야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시야에 특별히 흐린 곳이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글을 읽는 행위는 매우 정밀한 시각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려는 글자에 시선을 맞춰야 합니다. 즉, 중심시 부분을 통해서만 글을 읽을 수 있지요. 하지만 중심시는 매우 좁기 때문에, 우리는 글을 읽을 때 계속해서 시선을 움직이면서 글을 스캔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볼 때 끊임없이 시선을 움직여야 하지만, 사람의 시선은 결코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선은 개구리가 점프하듯 불연속적인(단속적인) 점프를 하며 움직이는데, 이 시선의 점프를 시선 도약(saccade 사카드)이라고 합니다.
즉 시선은 한 곳에 머물러서 정보를 스캔하고(보고), 다른 위치로 도약해서 또 정보를 읽습니다. 이렇게 한 곳에 머물러서 정보를 스캔하는 상태를 응시(fixa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이 도약을 할 때는 매우 속도가 빠릅니다. 눈을 움직이는 것을 관찰해 보면, 빠르게 뒤룩뒤룩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 속도는 1초에 완전히 한바퀴를 회전할 수 있을 정도로 빠릅니다. 그렇게 빠른데도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뇌가 외부 세계의 시각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눈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또 정확한 위치에 멈추는 등 시선을 정밀하게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뇌에서 정밀하게 조정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시선을 정확하게 통제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시각적 결함이나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